최재천 교수님을 아시나요? 현 이화여대 교수이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생물학자예요. 20년 말부터 유튜브 '최재천의 아마존' 체널을 운영하며 더 유명해지셨어요. 저서도 굉장히 많은데 이중 일부가 과거 교과과정에 포함되기도 했어요. 이번에 읽은 '최재천의 공부'는 저널리스트 안희경님과 대담한 내용을 바탕으로 집필되었어요.
- 이 포스트는 도서 내용의 일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최재천의 공부 최재천 · 안희경, 김영사
2024년의 #1번째 도서, #1번째 인문 「최재천의 공부」
최재천의 공부, 어떤 책일까?
《최재천의 공부》는 제도적 측면의 '교육'과, 배우는 주체의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최재천의 공부》는 크게 6부로 나뉘어져 있어요.
1부 공부의 뿌리에서는 교육제도의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2부 공부의 시간에서는 공부를 지속하기 위한 삶의 기준에 대해,
3부 공부의 양분에서는 읽고 쓰고 말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에 대해,
4부 공부의 성장에서는 삶과 공부를 어우러지게 하는 법,
5부 공부의 변화에서는 최재천 교수님이 생각하는 교육과 공부, 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6부 공부의 활력에서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키우는 법에 대해 다루고 있어요.
공부의 뿌리, 누구나 꽃피울 잠재력이 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때로 선생님에게 불손하게 굴며 마치 인권을 되찾은 줄 착각하며 삽니다. 아닙니다. 진정한 인권 회복은 학생으로 사는 기간도 인간답게 살 수 있어야 비로소 실현됩니다.
<중략>
‘삶의 중요한 시기에 있는 아이들의 시간을 우리가 지금처럼 빼앗아도 될까?’ 자주 의문을 가져요. 저는 어른들이 그들의 삶을 유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인권 문제라고 보는데요. 청소년 시절에는 왜 인권을 보호받지 못할까요? 먼저 살아봤다는 이유로 기성세대가 청소년에게 ‘삶을 접고 공부만 해라’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의 교육 제도는 위 세대가 아래 세대를 압박하는 장치가 됐습니다. 이제라도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게 뭔지 고민하고, 모두가 삶을 즐기면서 자라나도록 길을 내야 합니다. 왜 우리가 교육하고 공부하는지를 숙고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첫번째 장인 공부의 뿌리에서는 우리 사회가 공부를 대하는 태도와 다루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요.
이제는 현실로 다가온 AI시대라 더욱 중요한 화두라고 생각해요.
교육열을 뜨겁게 불태우는 이유는 '성공'을 위해서죠.
그런데 이제 학력으로 '성공'하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학력을 가졌어도 시대가 원하는 주체성과 창의력이 없다면 도태될 수 있어요.
안희경 저널리스트님께서 언급하신 산타크루즈 삼나무숲 속 학교가 인상적이었어요.
발도르프 교육법과 몬테소리 교육법을 통합해 숲 속 생명과 소통하며 공부한다고 해요.
또 다른 헝가리 학교에서는 여러 학년이 한 교실에서 그룹별 수업을 하며 윗반이 아랫반을 가르쳐 주는 시스템이라고 해요.
이 대목에서 《지루하면 죽는다》의 저자가 다뤘던 하크니스 교수법도 생각나더라고요.
조기교욱, 빠르고 효율적인 지식습득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내 아이가 뒤쳐질까봐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지루하면 죽는다》에서는 하크니스 교수법을 적용한 학교 학생들의 성적이 전보다 훨씬 우수해졌다고 해요.
'호기심'이 뇌의 역량을 높인다는 거죠.
지루하면 죽는다 뇌과학자가 말하는 스테디셀러 콘텐츠의 비밀
학생으로 사는 기간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삶,
조금씩이라도 실현되어 나가길 소망해 봅니다.
공부의 시간, 끌려가지 않고 끌고 간다
최재천 교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공부의 집을 짓는 기술은 다음과 같아요.
우리가 존경하는 위대한 학자들이 벽돌을 착착 쌓아가듯 빈틈없이 공부하셨을까요? 저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학문하면 생애에 못 끝냅니다. 지나친 완벽주의자들은 어느 단계까진 도달하지만 더 나아가지 못하더라고요.
조금은 엉성한 구조로 가는 게 낫다. 이런 것에 덤벼들고 저런 것에 덤벼들면, 이쪽은 엉성해도 저쪽에서 깊게 공부하다 보면, 나중에는 이쪽과 저쪽이 얼추 만나더라.’ 깊숙이 파고든 저쪽이 버팀목이 되어 제법 힘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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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쌓아가지 않더라도, 다른 걸 하다가 예전 걸 얼핏 보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일 때가 많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이게 맞는 말씀인가 싶지만, 특정 분야에 이름을 남긴 분들을 살펴보면
자신이 업적을 남긴 분야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조예가 깊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수학자이자 과학자이자 철학자이자 시인.. 이런 분들이요.
그런데 이 분들이 그 모든 분야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파고 들었는가 하는 것이죠.
(그런 천재들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주축이 되는 분야가 다른 분야를 1이 아니라 3이나 5에서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등
얼기설기 쌓아올렸음에도 다방면에 특출난 사람이 될 수 있게 해준다는 이야기 같아요.
저도 가급적이면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어요.
한 분야만 파고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좋아하는 것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공부의 양분, 읽기 쓰기 말하기
독서는 일이어야만 합니다. 독서는 빡세게 하는 겁니다. 독서를 취미로 하면 눈만 나빠집니다. 한동안 마음을 비우기 위해서 독서를 하자는 말까지 버젓이 권해졌어요. 그러다 보니 아주 말랑말랑한 책만 팔렸죠.
<중략>
독서를 일처럼 하면서 지식의 영토를 계속 공략해나가다 보면 거짓말처럼, 새로운 분야를 공략할 때 수월하게 넘나드는 나를 만나게 됩니다. 그날이 오면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우실 거예요. 100세 시대에 20대 초에 배운 지식으로 수십 년 우려먹기가 불가능합니다. 학교를 다시 들어갈 게 아니라면, 결국 책을 보면서 새로운 분야에 진입해야 하죠. 취미 독서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독서는 기획해서 씨름하는 ‘일’입니다.
안 : 나를 찾기 위해서 나를 찾는 법에 대한 책을 읽을 것이 아니라 내가 몰랐던 지식을 탐구하면서 그 안에서 나를 만들어가자는 말씀이신가요?
최 : 네. 그래서 저는 ‘지식의 영토를 넓힌다’라고 표현합니다.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 왔어요.
세번째 장인 공부의 양분에서는 학습의 기초이자 과정인 읽고 쓰고 말하는 것에 대해 다뤄요.
최재천 교수님은 말랑말랑한 책을 읽고 있을 때가 아니다, 독서는 일처럼 해야한다고 강력히 주장해요.
이 부분에서 굉장히 찔렸는데 자기계발서에 중독돼 있는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충만감에 매혹돼서 정말 해야할 자기계발보다
자기계발을 해야겠다는 동기부여만 무한정 반복한 것이죠.
지난 독서 내역을 돌아보며 올해는 더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루 읽겠다고 다짐했어요.
읽기와 함께 중요한 것이 바로 쓰기예요.
글쓰기의 중요성은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꼭 하는 말인 것 같아요.
저는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글을 쓰는 양이 확실히 늘어났어요.
하지만 상품 리뷰나 방문 후기 위주라 형식이 비슷하고
블로그 특성상 검색에 노출되기 쉽도록 키워드를 반복하다보니
질이 낮은 글만 쓴다는 점이 마음에 쓰였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관심없는 분야라도 더 긴 글에 생각을 담고자
도서평을 시작하게 됐어요.
역시 일반적인 글쓰기에 비하면 가볍고 형식이 들쑥날쑥하지만
점차 발전해갈 것을 다짐하면서요.
글쓰기 관련 도서들을 보면 질보다 '양'을 우선 늘려야한다고 강조하더라고요.
읽기, 쓰기, 말하기 중 읽기와 쓰기는 행위 주체의 노력이 주가 되는데요.
말하기에 대해서는 개인의 자신감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인 분위기,
즉 '나를 드러내도 안전하다'는 인식이 조성돼야 한다고 언급해요.
그점에서 우리나라와 미국의 차이를 설명하는데
저는 이제 우리나라가 과도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MZ를 넘어 잘파세대들은 '자중감'이 강하고 '현재적 가치'를 중시하기에
나를 드러내도 되는 세상을 이미 살고 있다고 보이거든요.
잘파세대 뜻과 특징, 진짜 요즘 애들 이제는 잘파세대다
공부의 성장, 배운지 모르게 배운다
AI 시대에 창의력을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묻는 질문에 최재천 교수님은 "창의력은 가르치려 덤벼들 때 죽을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셔요.
창의력 자체를 가르치려 하지말고 다양한 경험을 직접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줘야한다고요.
그 과정에서 고민과 의논을 거쳐 여러 상황을 맞닥뜨리며 키워지는 것이 창의력이라는 거죠.
결국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 사회는 충분한 경험을 쌓도록 자유를 주지 않아요.
항상 여러 시험, 자격증을 위해 시간을 쏟고 취업, 이직 등을 준비하며 살아야해요.
이런 것과 관계없는 일을 할 때는 왠지 모를 죄의식도 들고 시간낭비라는 생각에 빠져들어요.
성적을 잘 받은 학생들은 대체로 자기 관리에 충실합니다. 성실하기는 해요. 성적은 성실함을 측정하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창의성을 보여줄 수는 없습니다.
성적이 어느정도 나오는데 공부가 아닌 다른 진로를 택하는 아이를 보면 불안할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부모세대와 아이들의 세대는 전혀 다른 시대예요.
최재천 교수님은 당장은 쓸데 없어보이는 일이어도 하고 싶은 일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요.
그 경험이 전혀 관련 없는 분야의 일을 할 때 창의력으로 발현된다는 거죠.
최재천의 공부 속 와닿는 문장들
고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종교학자인 정진홍 선생님은 “모두가 읽어야 하는데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라고 표현하셨는데요.
인용된 말인데 재밌어서 기억에 남은 문장이에요.
고전 = 모두가 읽어야 하는데 아무도 읽지 않는 책 ㅎㅎㅎ
적자생존을 최상급으로 표현하는 바람에 우리가 무지무지 적응을 잘해야만 살아남는 것처럼 이해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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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운 시절에는 아무도 도태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힘들어지면 제일 못하는 끝이 사라집니다. 1등만 남겨놓는 일은 처음부터 없었어요
1등 아니면 기억하지 않는 사회가 참 오래 지속되었어요.
이제는 1등뿐 아니라 참여하는 모두가 조명을 받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어요.
은메달도 동메달도 '안타까움'이 아니라 축하하고 기뻐할 일인거예요.
노래하는 사람뿐 아니라 함께 무대를 만드는 연주자와 댄서의 이름도 중요한 거고요.
안 : 저는 개인의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왜냐면 세상이 완전히 변화하려면 그 구성원인 내가 바뀌어야 그 변화가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의 변화를 통해 세상은 조금이라도 달라지니까요.
최 : 아주 조금이라도 그 성질이 달라지니 세상은 변화하는 거죠.
안 : 제가 ‘나는 결코 변하지 않을 거야’라고 거부한다면, 전체 세상의 변화를 마지막까지 제가 막고 있는 거고요.
결국 '나'라는 개인이 세상을 만드는 구성원이에요.
굳이 세상을 어찌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마음먹기에 따라 내 삶이 달라지는 것은 분명해요.
내 삶, 내가 살아가는 세상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죠.
우리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악착같이 찾아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대부분은 내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돼요. 내 길이 아니라는 걸 발견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죠.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고속도로 같은 길이 눈앞에 보입니다. ‘이거다!’ 싶으면 그때 전력으로 내달리면 됩니다.
저는 성인이 되고서야 진정한 의미의 진로 탐색을 한다고 느꼈어요.
아마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요.
안주하지 않고 계속 변화와 성장을 추구하고 싶어요.
그렇게 내 길을 만들어나가다 보면,
최재천 교수님처럼 통섭적인 사람이 되리라 믿어요.
독서를 마치며
《최재천의 공부》는 대화형식과 구어체로 구성된 책이에요.
술술 잘 읽히고 재밌는 부분도 많아요.
하지만 책에 담긴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고, 우리 사회와 삶에 아주 중요한 이야기예요.
최재천의 교수님의 쏙 와닿는 입담과
안희경 저널리스트님의 정갈하고 통찰력 넘치는 문장들이
자연스레 독자를 경험과 배움의 세계로 이끌어요.
새해에 읽을 책을 찾고 계시다면 《최재천의 공부》를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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